ChatGPT를 비롯한 생성형 AI는 이제 일상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업무 요약, 이메일 작성, 정보 검색, 심지어 대화 상대까지 대신해 주니 “AI 없이는 불편하다”는 말을 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하지만 최근 학계에서는 이러한 편의성 뒤에 숨어 있는 또 다른 문제, 즉 ‘AI 중독(AI addiction)’ 가능성을 경고하기 시작했습니다. 단순히 자주 사용하는 수준이 아니라, 정서적·심리적으로 AI에 의존하고, 이로 인해 일상 기능에 지장이 생기는 현상이 관찰되고 있는 것이죠.
‘AI 중독’이란 무엇일까?
AI 중독은 스마트폰이나 게임 중독과 비슷한 행동 양식을 보입니다. 특정 생성형 AI나 챗봇을 계속 사용하지 않으면 불안하거나 공허함을 느끼고, 현실 관계보다 AI 대화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현상이 대표적입니다. 초기 연구자들은 이런 상태를 ‘문제적 사용(Problematic Use)’이라고 부르며, 단순한 습관적 사용과 병리적 의존 사이의 경계를 탐구하고 있습니다.
학계가 본 AI 중독의 징후들
2024년 이후로 ‘AI 중독’ 관련 연구는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대만 연구팀은 ‘Problematic ChatGPT Use Scale(PCUS)’이라는 측정 도구를 개발하여, 우울·외로움·사용시간과 중독적 사용 사이에 명확한 상관이 있음을 밝혔습니다. 또 다른 연구는 성실성이 낮은 사람일수록 ChatGPT에 의존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했습니다.
이와 별개로 OpenAI와 MIT가 공동으로 진행한 대규모 사용자 연구에서는 ‘정서적 의존’ 패턴이 뚜렷하게 드러났습니다. 감정적 위로를 받기 위해 AI와 대화를 자주 하는 사용자는 단기적으로 외로움이 완화되지만,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의존성이 강화되는 경향이 나타났다는 것입니다.
‘Generative AI Addiction Syndrome’의 등장
2025년 Asian Journal of Psychiatry에는 흥미로운 제안이 등장했습니다. Kooli 연구진은 ‘Generative AI Addiction Syndrome(GAID)’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며, 생성형 AI를 과도하게 사용할 때 나타나는 정서적 의존, 현실 회피, 사회적 단절 등의 증상을 행동중독 틀로 해석했습니다. 아직 임상적 근거는 부족하지만, 이 논문은 AI와의 감정적 유대가 실제 심리적 중독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학문적으로 제기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교육 분야에서도 나타나는 의존 현상
AI 의존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를 넘어 교육 현장에서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여러 체계적 문헌검토 연구들은 학생들이 과제를 ChatGPT로 해결하면서 비판적 사고력과 문제해결 능력이 떨어지는 현상을 지적했습니다. 학습 효율은 단기적으로 향상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사고력·창의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결국 AI를 ‘학습 보조 도구’로 적절히 활용하려면, AI 리터러시와 자기조절 능력이 필수라는 결론이 도출됩니다.
‘중독’이라는 단어에 대한 학문적 논쟁
모든 연구가 ‘AI 중독’이라는 용어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일부 연구자들은 ‘중독’이라는 표현이 지나치게 병리적이며, 단순히 몰입(flow) 이나 심리적 애착(attachment) 현상을 중독으로 오해할 수 있다고 비판합니다. 특히 ‘ChatGPT 중독’ 개념을 비판한 Ciudad-Fernández(2025)의 논문은 “AI 사용과 심리적 문제의 인과관계가 확정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보다 객관적이고 장기적인 연구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앞으로의 연구 방향과 사회적 과제
지금까지의 연구들은 공통적으로 “AI 의존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지만, 아직 명확한 진단 기준이나 임상적 정의는 없습니다. 전문가들은 향후 연구가 다음 세 가지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 장기 추적 연구를 통해 AI 사용이 정신건강에 미치는 인과적 영향을 규명할 것.
- 객관적 사용 로그와 심리평가 데이터를 결합하여 실제 의존 행태를 정량화할 것.
- 예방 중심 설계(Design for Digital Wellbeing) 를 통해 사용자 스스로 사용 시간을 관리할 수 있도록 도울 것.
AI 기업과 정책 당국 역시 사용 제한, 휴식 알림, 청소년 보호 기능 등 ‘디지털 웰빙’을 고려한 설계로 대응해야 할 시점입니다.
마무리
AI는 이제 단순한 도구를 넘어 인간의 정서와 사고에 영향을 미치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그만큼 ‘AI 중독’은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가 AI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것은 유능한 조력자가 될 수도 있고, 보이지 않는 의존의 사슬이 될 수도 있습니다. 기술 발전의 속도만큼이나 ‘건강한 사용습관’을 만들어가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IT > AI' 카테고리의 다른 글
| AI의 메모리 기능이 중요한 이유 (개인 맞춤형 AI 시대의 도래) (0) | 2025.10.29 |
|---|---|
| ChatGPT 성인버전 출시, 어디까지 허용되나? – 생성형 AI의 새로운 실험 (0) | 2025.10.22 |
| 생성형 AI의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을 피하는 방법 (0) | 2025.10.17 |
| AI 시대의 핵심 연결고리, MCP란 무엇인가? (0) | 2025.10.16 |
| 2025년 가을 ChatGPT에 추가된 새로운 기능 정리 (0) | 2025.10.16 |